전시안내
다른감성으로 엿듣기 2025 백자토1250도 소성 112x87x5 8개로 구성 설치
변주전 평온함 2024 백자토1250도 소성 123x72x4.5
비발디4계봄2악장 2024 백자토1250도 소성 84x70x4.5
비발디4계봄1악장 2024 백자토1250도 소성 105x72x4.5
음의 자투리 2024 백자토1250도 소성 64x55x4.5
강약의 에너지 2024 백자토1250도 소성 66x57x4.5
내면의 파동 2025 백자토1250도 소성 75x37x5
UPCOMING : 클래식이 주는 위로 | 유경자

 

작가노트



작업실 한 켠에는 오래된 오디오가 놓여 있다.

성능이 좋지 않아 잡음이 섞이기도 하지만, 나는 늘 같은 주파수에 맞춰진 그 소리를 들

으며 작업을 시작한다.

언젠가 더 좋은 음향으로 클래식을 듣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조건이 나아지지 않는 

지금도

그저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비발디의 〈사계〉, 라벨의 〈볼레로〉,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이

소박한 울림으로 퍼져 나올 때, 음악은 내 내면의 호흡을 천천히 정리해준다.

그 부드럽지만 깊은 울림은 흙의 질감과 색의 층위,

그리고 소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흔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나는 음악을 재현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이 건드린 감정의 흐름을 따라

작품의 여백과 구조, 표면의 결 속에 그 흔적을 남길 뿐이다.

오래된 오디오가 들려주는 불완전한 울림은

오히려 감정이 정제되어 머무는 공간을 만들어주며,

그 속에서 오늘의 작업이 시작된다.





전시서문 




유경자 작가는 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정과 위로, 아름다움에 대한 심상을 ‘도자회화’라는 방식으

로 시각화한다. ‘도자회화’라는 장르의 작품을 통해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흔적과 시간의 기록이

다. 여기서 ‘흙’은 땅의 일부이자 인간의 근원을 의미하며, 생명과 기억을 담아내는 상징이다.
 
‘불’은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이자 붓을 대신하여 예측불가능한 우연성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매개이다.

유경자 작가의 ‘도자회화’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결과물이 아닌 제작 과정 자

체에 있다. 선택된 재료와 과정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작품의 본질적 요소로 작동한다. 흙의 

물성, 불의 흔적, 그리고 음악의 시간성이 부여한 정서적 감응의 총체가 바로 작품이며, 이는 각

기 다른 층위의 시간과 행위가 중첩된 결과이다. 

이번 전시 《클래식이 주는 위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단순히 회화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인

간 내면의 울림과 감정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작가는 클래식 선율 속에서 경험하는 희

로애락의 시간을 흙이라는 캔버스 위에 유약이라는 물감으로 표현하고, 불이라는 붓을 통해 개인 

의지를 넘어선 자연의 요소를 작품에 개입시킨다. 이렇게 완성된 도자회화는 시각, 청각, 촉각이 

결합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관람자는 음악과 흙, 불이 만나 만들어낸 내면의 울림을 온몸으

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 유경자 작가의 도자회화는 삶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힘을 향해 나아간다. 음악과 흙과 

불이라는 재료, 이들을 가지고 회화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작품은 관람자에게 감

정적 울림과 내적 성찰의 순간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