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UPCOMING_김혜성 | Planet-Alocasia, She
Hakgojae Art center
2025.6.10 - 6.24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몸에 닿는 감각들, 사라진 시간들, 그림자가 건네는 말들.
이 전시, 김혜성의 "별–알로카시아"는 그런 것들에 대한 응답이다.
별–알로카시아, 그녀–옷, 꽃, 피에로.
네 개의 형상은 서로를 바라보고, 스치고, 흔들린다.
직접 말을 건네지 않지만, 침묵 안에서 솟아나는 언어가 있다. 말 없는 詩語.
그 언어는 몸의 표면을 타고 흐르고, 그림자의 결, 숨결을 따라 번져간다.
이 작은 기록은,
말이 되지 못했던 존재의 떨림을,
화면 위에 번져나간 감각의 리듬을,
하나의 조용한 생의 발화로 엮어보려는 시도이다.
지금, 여기.
말하지 않은 것들이,
조금은 다르게 말을 건네는,
발화하는 자리에서.
2025년 4월 이호영 (미술학박사,작가)
작가노트
Planet-alocasia
나는 일상 속 가장 익숙한 재료인 쌀 위에 알로카시아를 그려 넣으며,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쌀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지만 그 존재의 깊이에 대해 쉽게 잊는 재료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자 시간의 축적이며, 우리 삶의 바탕이다. 나는 이러한 쌀의 물성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고, 그 위에 식물이라는 또 다른 생명체를 더해 보았다.
알로카시아는 뚜렷한 잎맥과 넓은 잎을 가진 식물로, 마치 자연이 만든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식물의 강인하면서도 유려한 형태에서 생명력과 동시에 감성을 읽는다. 작품 속 알로카시아는 명확한 선으로 그려지기보다는 스며들고, 번지고, 잔잔하게 퍼지는 색감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기억 속의 잔상처럼, 혹은 마음속 풍경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나는 한지를 염색하여 포인트로 덧붙였다. 한지는 우리 고유의 숨결을 담고 있는 종이이자, 자연의 섬유로 빚어진 감각적 매체다. 염색된 한지 조각들은 마치 잎 위에 떨어진 빛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기척처럼 화면 곳곳에 놓이며, 감정의 리듬을 만든다. 그것은 시각적인 장식이 아니라, 감성의 흔적이다.
이 작업은 재료와 형상, 시간과 감각 사이의 대화를 담고 있다. 쌀이라는 다소 무거운 생명의 기반 위에, 알로카시아의 부드럽고 흐르는 형상, 그리고 한지의 가볍고 투명한 감성이 겹쳐지며, 생명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간다.
She: 낡고 빛바랜 옷에 대한 단상
나는 오래된 드레스를 마주할 때마다 어떤 감정의 흔적들을 발견하곤 한다.
해어진 옷감의 결, 바랜 색채, 미세한 주름과 자국들은 마치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이 드레스는 단순히 입는 옷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온 시간, 말을 건네지 못한 마음, 사랑과 상실의 무게를 품은 하나의 ‘몸’이자 ‘기억’이다.
푸른 드레스는 어머니가 거울 앞에 섰던 순간을, 언니가 문득 감정을 꾹 삼킨 저녁을, 그리고 지금의 나를 함께 품고 있다. 이 옷은 재현된 사물이 아니라 감정의 그릇이고, 기억의 형상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세대를 관통하는 여성의 정체성과 내면의 풍경을 조용히 비추고 싶었다.
그리움과 생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한 벌의 드레스처럼.
작가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2023 ‘Mirrors-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You&I,대안공간 설악)
2023 ‘섬-Installation art(설악의 봄,대안공간NHA, 속초)
2023 ‘거울-김혜성 초대전’(플러스나인 갤러리,인사동)
2022 ’거울-섬‘ (학고재 아트센터, 삼청동)
2025‘식물원전’(샘 미술관, 서울)
2024‘My War'(샘 미술관, 서울)
2024’인간전‘(FaceA갤러리, LA)
2023‘인간전’(두나무갤러리, 안양)
2022’H4전‘(바움아트스페이스, 서울)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