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UPCOMING: 이상원 | Restopia
Hakgojae Art center
2025.7.2 - 7. 12
에필로그 이상원 작가와의 10문 10답
Q1: ‘Restopia’라는 개념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A: ‘Restopia’는 저에게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현실에서 감정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집단적 풍경의 상징입니다. 사람들은 해변이나 공원 같은 공간에서 쉼을 찾는 것같지만, 사실 그곳은 또 하나의 사회적 무대이자 감정의 전시장이죠.
SNS의 ‘인증 문화’처럼 쉼마저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저는 그 모순된 감정을 회화로 풀어내고 싶었 습니다. Restopia는 쉼을 통해 나를 회복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 즈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시대의 감정 구조를 해석한 결과입니다. 프랑스의 오랑주리처럼, Restopia가 현실과 예술 모두에서 실현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Q2: 작품에 부감법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A: 부감법은 단순히 시점을 달리하는 것 이상의 회화적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풍속화나 고지도에서도 보이듯, 부감은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개별의 서사를 담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방식이에요. 저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 속 감정의 패턴을 읽어내고 싶었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면 사람은 점으로 축소되지만, 오히려 그 안에 집단의 흐름과 사회적 구조가 보이거든요. 부감법은 거리 두기를 통해 감정을 객관화하는 동시에, 회화라는 장르가 시대를 기록하는 방식의 은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감정의 지도이자, 회화적 성찰의 도구입니다.
Q3: 얼굴이 자주 생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얼굴은 가장 강력한 정보이자, 가장 빠른 판단을 유도하는 요소입니다. 저는 얼굴을 지움으로써 관람자의 상상력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그 익명성 속에서 관객은 자신의 가족, 친구, 또는 자기 자신을 대입할 수 있게 되죠. 이는 감정의 투영을 유도하 고, 그림과 관람자 사이에 더 밀접한 감정적 연대를 형성합니다. 한국화에서처럼 생략과 암시를 통해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여백의 미, 바로 그 정신이 제 회화의 핵심이 기도 합니다. 얼굴을 생략한 인물들은 단지 존재의 형태로 남아, 보편적인 감정의 캐리어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는 동시대의 회화가 단순한 인물 묘사를 넘어서, 감정의 풍경을 어떻게 조직하는가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합니다.
Q4: 회화에 있어서 색채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색채는 단순히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기호입니다. 저는 색으로 시간의 온도, 감정의 깊이, 분위기의 결을 그립니다. 파란색은 정적이고 내성적인 감정을, 노란 색은 외향적이고 따뜻한 에너지를 상징하지만, 그것이 고정된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색이 겹치고 충돌하고 흔들리는 과정에서 감정의 미묘한 진동이 발생한다고 생각 해요. 제가 군중을 그릴 때 유사한 형식 안에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는 가장 회화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색은 회화의 리듬이자, 감정의 시간성을 담아내는 가장 직관적인 언어입니다.
Q5: 추상화로의 전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늘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 작품에서 일상이 지워진 추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상은 우리가 기억을 붙잡는 방식이고, 추상은 감정이 흐르는 방식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회화는 형태보다는 감정의 방향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특히 군중의 흐름이나 여가 공간의 감정 밀도를 다루다 보면,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색의 흐름과 붓의 결, 그리고 화면 위의 리듬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Q6: 디지털 시대, 회화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지금은 이미지가 너무 빨리 소비되는 시대예요. 스크롤을 넘기며 수많은 이미지를 보지만, 정작 마음에 남는 건 드물죠. 저는 회화가 그런 시대에서 '응시의 예술'로서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느리게 보고, 천천히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 회화의 힘이니까요. 저 역시 붓질을 통해 감정을 한 겹 한 겹 쌓아가는 과정을 중요 하게 생각합니다. 디지털 이미지가 흉내낼 수 없는 물성, 색의 깊이, 터치의 리듬이 회화에는 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회화가 가장 인간적인 예술로 돌아갈 수있는 시기라고 믿고 있어요.
Q7: 다양한 나라에서 레지던시를 경험하셨는데,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레지던시는 제 작업에 굉장히 깊은 자양분이 되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광활한 자연의 여백을, 프랑스에서는 색과 감각의 미세한 진동을, 중국에서는 군중의 밀도와 사회 구조의 복합성을 체감했죠. 각 나라의 풍경은 형태만 다른 게 아니라 감정의 흐름 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그걸 그림 속에 녹여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햇살은 한국의 햇살과는 결이 다르죠. 그 빛이 사람들의 표정에 드리우는 느낌, 거리의 온도, 일상의 리듬까지도 색과 붓질로 번역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Restopia에는 특정 장소가 아닌, 우리 안의 숨을 연결하는 ‘모두를 위한 쉼과 치유의’의 공간입니 다.
Q8: 일상적 공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A: 저는 감정의 리듬을 읽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공원, 해변, 스키장 처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감정의 파동이 존재하죠.
저는 그 공간 속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몸짓, 쉼의 태도, 무의식적인 감정들을 캔버스 위에 정리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의 구조를 ‘보이게’ 하는 것이에요.
단지 아름다운 장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충돌하며, 어떻게 공유되는지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풍경이 회화 안에서는 특별한 감정의 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어요.
Q9: 한국적인 감각을 어떻게 세계와 연결하려 하시나요?
A: 저는 한국적인 것이 단순히 전통 의복이나 건축 양식처럼 외형적인 요소가 아니 라, 감정을 바라보는 태도와 정서의 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미감은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여백을 통해 암시하고,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익숙하죠. 이런 감각은 굉장히 섬세하고 내밀한 언어지만, 저는 그것이야 말로 회화라는 형식 안에서 보편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전통적인 여백의 미, 기운생동, 생략과 암시의 표현 전략들을 현대 회화의 색과 구성 안에 융합하면, 한국적인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세계의 감정과 맞닿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정서의 밀도는 지역을 넘는 언어이자, 감정의 보편성으로 연결되는 회화적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Q10: 앞으로의 작업에서 추구하고 싶은 방향은?
A: 지금까지의 작업이 미술관과 제도적 전시장을 거치며 다져진 ‘개성화’의 결과물이 라면, 이후의 작업은 그 깊이를 기반으로 한국성과 글로벌 감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일상 군상’의 미술사적 언어를 확립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회화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삶을 사유하게 하고, 기억을 호출하며, 감정을 머물게 하는 장소가 된다면, 저는 그 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회화의 시간성과 감정의 흐름을 입체화하고, 관객이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느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작업을 이어 나가고자 합니다.
Epilogue – 10 Questions with Lee Sang-won
Q1: How did the concept of “Restopia” originate?
A:Restopiaisn't a utopia in the traditional sense—it’s a symbolic space where emotions intersect and collide. People seek rest in places like beaches or parks, but those are also public stages where emotions are on display. In today’s world, even rest demands proof—like in social media culture. That paradox interested me. I wanted to paint that tension, not escape it. Restopiaisn’t a retreat—it’s a mirror of our emotional structures in contemporary life. Like Monet’s rooms in the Musée de l’Orangerie, I hope Restopiacan be a space where art and life overlap.
Q2: Why do you often use a bird’s-eye perspective in your work?
A:It’s more than just a visual angle—it’s a way to observe the collective from a distance. In traditional Korean maps or genre paintings, bird’s-eye views allow you to grasp the whole while still seeing individual stories.
Looking from above reduces people to dots, yet that very reduction reveals emotional patterns and social structures. It's a metaphor for painting as both emotional map and cultural reflection.
Q3: Why do you frequently omit faces in your paintings?
A:Faces give too much away—they lead to instant judgments. By removing them, I invite the viewer to fill in the blank, projecting their own stories or loved ones into the work. This anonymity fosters emotional connection. It’s like the Korean tradition of yeobaek—finding essence through omission. My figures become vessels for shared emotion rather than individuals.
Q4: What role does color play in your paintings?
A:For me, color isn’t decoration—it’s emotional code. Blue might feel introspective, yellow might evoke warmth, but it’s the overlap, friction, and vibration between colors that really create emotional resonance. Especially when painting crowds, color helps express emotional diversity within structural sameness. Color is rhythm, it carries emotional time.
Q5: How do you view the shift toward abstraction in your work?
A:I’ve always worked between figuration and abstraction. For me, figuration anchors memory, while abstraction allows emotion to flow. The more I paint, the more I follow emotion over form. In crowded scenes or leisure spaces, rhythm and brushstroke often say more than clear outlines. My abstraction is rooted in lived experience, not detachment.
Q6: What is painting’s role in the digital age?
A:We scroll through countless images, but how many stay with us?
Painting, with its slowness, invites us to pause and feel. It asks for presence. Each brushstroke builds up emotion, something a digital image can’t replicate. Ironically, this may be painting’s most human moment—an
art form resisting speed with depth.
Q7: How have international residencies shaped your work?
A:Immensely. In New Zealand, I experienced vast emptiness; in France, subtle sensory vibrations; in China, the dense complexity of crowds. These weren’t just different landscapes—they had distinct emotional textures. I try to translate those into my painting. Restopiaisn’t tied to one place—it’s a shared emotional space that connects us all.
Q8: What’s key when turning everyday scenes into art?
A:Reading emotional rhythm. A beach or a ski slope is more than a backdrop—it’s full of micro-emotions. I observe gestures, postures, the way people rest or move, and translate those into a visual structure. My goal is to reveal not just what’s happening, but how people feel within it. That’s what transforms the ordinary into something resonant.
Q9: How do you connect Korean sensibility with a global language?
A:I think Korean-ness isn’t about traditional costumes or architecture—it’s about how we handle emotion. Korean aesthetics favor restraint, suggestion, nuance. I try to weave these values—emptiness, rhythm, vitality —into modern composition and color. Emotion is a universal bridge. The subtlety of Korean emotion can resonate far beyond our borders.
Q10: What direction do you envision for your future work?
A:I hope to further define a visual language for “everyday crowds” that merges Korean identity with global relevance. If painting can evoke memory, stillness, and shared emotion, that’s enough for me. I want viewers to feel, “This is my story.” That authenticity—emotionally and formally—is what I’ll keep pursu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