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고현우
작가노트
삶이란 쌓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며, 주어진 시간이 끝날 때 까지 계속해서 쌓아가며 성장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것들을 쌓아 올리고, 이를 통해 나아간다. ‘쌓는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쌓여 삶의 원동력이 된다. 담을 쌓아 안정과 생활의 편의를 찾고, 지식을 쌓아 발전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고, 노동을 통해 재산을 쌓는다, 또 타인과의 교류로 관계를 쌓으며,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 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쌓아가며 살아간다.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는 것 또한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욕망은 목표를 만들고, 질투는 발전의 욕구를, 두려움은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쌓아가는 것들에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생각과 언행 또한 고스란히 쌓여가기에 그것을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 교류의 과정에서 악연이 쌓이기도 하고, 틀린 지식을 쌓게 될 수도 있으며, 시행착오 속에서 옳지 못한 경험을 겪게 되거나, 잘못된 언행으로 어긋나는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겪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의 삶이 된다. 쌓아온 시간, 경험, 생각, 행동들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을 정의한다.
금속을 녹여 쌓아가며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 방식은 내가 가진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반영한다. 한 점, 한 점, 신경을 써야 하기에 남들의 시선에 다소 답답해 보일지도 모른다. 일관된 행위의 반복이 지루할 때도 있고, 녹아서 떨어지는 쇳물과 달궈진 금속의 열기에 때로는 상처입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묵묵히 인내심을 가지고 완성을 목표로 나아간다. 어찌 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노동 집약적인 작업 방식은 나의 삶과 사람들의 삶을 투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