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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OMING_유혜경 | 사라지는것에 대하여
Hakgojae Artcenter
2026. 5. 25 - 5. 30
검거나 흰 그림 — 사라지는 표면과 잔여의 감각
김성호(Sung-Ho KIM, 미술평론가)
유혜경의 회화는 검은 그림인가, 흰 그림인가, 아니면 둘 사이에서 계속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그림인가? 유혜경의 흑연 회화는 바로 이 질문의 자리에서 출발한다. 그녀의 회화는 특정한 대상이나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세계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방식, 그리고 사라진 뒤에도 감각 속에 남는 존재의 흔적을 탐구한다.
작가는 흑연을 장지나 도화지 위에 비비고, 쌓고, 선을 긋고, 다시 닦아내고 지운다. 이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검은 표면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시간의 층이 되고, 흰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지워진 뒤에도 남아 있는 감각의 자리가 된다. 흑연은 종이 위에 켜켜이 쌓이다가 조명과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은은하게 빛나기도 한다. 이때 검정은 닫힌 어둠이 아니라 빛을 머금은 물질의 표정으로 변화한다. 유혜경의 화면은 그렇게 어둠과 빛, 있음과 없음, 물질과 비물질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공존하는 장소가 된다.
유혜경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이다. 자연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피어나게 하고, 다시 사라지게 한다. 안개가 피었다 흩어지고, 물결이 생겼다가 사라지며, 흙이 돌이 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듯, 그녀의 회화 역시 쌓임과 지워짐, 드러남과 사라짐의 과정을 품는다. 그러므로 그녀의 회화에서 소멸은 끝이 아니다. 지워진 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화면의 표면과 관객의 감각 속에 잔류한다. 보이지 않지만, 아직 느껴지는 것,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있었던 것, 지워졌으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 등 유혜경의 회화는 이러한 미세한 잔여의 감각을 붙든다.
이러한 회화적 태도는 동양 사유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유혜경의 선은 단순히 형태를 나누는 윤곽선이 아니라, 석도의 일획론(一畫論), 노자의 유무상생(有無相生), 장자의 물화(物化), 불교의 공(空) 사유처럼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사건에 가깝다. 또한 검은 흑연이 쌓인 자리와 지워져 밝아진 자리는 노자의 ‘유무상생’처럼 서로를 통해 드러난다. 있음은 없음 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 없고, 없음은 있음의 흔적을 통해 감각된다. 장자의 ‘물화’ 역시 유혜경의 작업에서 주요한 의미를 지닌다. 작업 속 형태는 하나의 상태에 고정되지 않고, 짙은 면은 흐릿해지며, 선은 띠가 되고, 띠는 다시 안개 같은 면으로 번지듯이, 존재는 완결된 형상이 아니라 계속 다른 상태로 옮겨 가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지워진 여백 또한 불교의 ‘공’처럼 단순한 무가 아니라, 관계와 변화 속에서 존재의 흔적을 드러내는 열린 장소가 된다.
유혜경의 흑연 회화는 노동의 회화이기도 하다. 흑연을 반복해서 문지르고, 선을 긋고, 다시 닦아내는 과정은 지난한 신체적, 정신적 시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노동은 수행이며 명상이다. 작가는 반복 속에서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만진다. 선을 긋는 일은 화면을 채우는 일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이고, 지우는 일은 이미지를 없애는 일이면서 보이지 않는 감각을 드러내는 일이다. 따라서 그녀의 회화는 침묵 속으로 물러나는 그림이 아니라, 사라진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다시 감각의 장으로 불러내는 적극적인 회화적 행위이다.
결국 유혜경의 ‘검거나 흰 그림’은 단순한 모노크롬이 아니다. 검은색은 쌓임과 시간의 색이며, 흰색은 지워진 자리이자 다시 생성되는 가능성의 자리이다. 두 색 사이에서 흔들리는 회색의 층들은 있음과 없음, 드러남과 사라짐, 기억과 감각이 함께 머무는 장소가 된다. 작가의 회화는 사라짐을 말하면서도 끝내 남는 그림이고, 비어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끝내 감각을 채우는 그림이다. 그 고요한 역설 속에서 유혜경의 흑연 회화는 부재의 표면 위에 존재의 흔적과 오래된 그리움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20260505)
유혜경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010-2880-5890
eliza7879@gmail.com
작가노트
사라진다는 것에 대하여
부재라는 개념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단순히 재현이란 방식만으로는 그 대상을 완전히 담아 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재현을 넘어선 다른 시각 언어와 조형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이것은 존재의 본질과 그리움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며 부재를 말하기 위한 방식이자 부재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감각의 잔류가 본인 작업의 핵심이다.
평소에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과 유기적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고 자연으로부터 생겨난 재료를 통하여 비물질성과 순환의 감각을 시각화한다. 작품에서는 마띠에르를 지양하고 긋고, 문지르고, 지우고, 긁기도 하는 등 반복적 행위를 통하여 감각적 층위를 만들어 내며 억겁의 세월을 표현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화면에 흔적을 남기며 자연으로의 회귀, 그리고 존재의 흐름과 소멸에 관한 암시인 동시에 지각과 의식 사이의 진동과 파장을 만들어 낸다.
이 구조는 고정된 형태로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또 다른 형상으로 환원을 유도한다.
생명의 존재 여부는 이분법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움직임이며 나는 그 흐름 속에 놓인 보이지 않은 존재감을 포착하여야 함을 깨닫게 되었고 이 작업을 통하여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의 순환성을 회화적으로 탐구하려 한다.
개인전
2022 부재, 일호 갤러리, 삼청동, 서울
2009 업:드림 갤러리 초대전, 대성산업, 인사동 ,서울
아트페어
2021 서울아트쇼, 코엑스, 서울
2012 쾰른21 아트 페어, 쾰른, 독일
2012 에센 아트 페어, 에센, 독일
2011 KIAF, 코엑스, 서울
2011 쾰른21 아트 페어, 쾰른, 독일
단체전
2025 오늘 문득, 일호갤러리, 삼청동, 서울
2024 층층층, VOID, 갤러리 인사아트, 인사동, 서울
2023 사유의 장, VOID, 리각 갤러리, 천안,
2020 현대미술의 창발적 언어전, 일호 갤러리, 삼청동, 서울
2019 홍익대학교 현대 미술관, 서울
2013 아트 프로젝트, DMC갤러리, 상암, 서울
2011 보이지 않는 여행, 한국, 프랑스, 마다가스카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합동 댄스와 드로잉 퍼포먼스, 아람누리 아트센터, 고양시
2010 서울아트 드로잉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10 컨템퍼러리 아트전, 킨텍스, 일산
2010 스위스전, 스위스바젤54 Dreispitzhalle, 바젤, 스위스
2009 24회 한국 크로키 정기전, 서울 갤러리 ,인사동, 서울
2008 23회 한국 크로키 정기전, 인사 아트센터, 인사동, 서울
2007 벨리시미 단체전, 모란 갤러리, 인사동, 서울
2007 벨리시미 단체전,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후쿠오카, 일본
2006 벨리시미 단체전, 평화 화랑, 명동, 서울
2005 벨리시미 단체전, 평화 화랑, 명동, 서울
작품소장
갤러리 라자류, 파리, 프랑스
성글라라수도원, 강화,
예수성심 요셉 수도원, 안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