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흑칠(1-1),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60cm × 60 cm
흑칠(1-2),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60cm × 60 cm
머물던 자리,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60cm x 60cm
흩어진 기억,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60cmx x 60cm
여름의 자리,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50cm × 45cm
한여름밤의 꿈,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26.5cm × 22cm
다음계절,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60cm × 60cm
시간의 자리, 2026, 옻칠과 자개, 목판, 100cm × 100 cm
UPCOMING_정찬경 | Revelation 顯現

 

 

Hakgojae Artcenter


1


2026. 7. 7 - 7. 11





 

Revelation (顯現)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진 줄 알았던 것들은 흔적으로 남아 있었고,
그 흔적들은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Revelation》은 사라짐이 아니라 드러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간과 기억, 그리고 흔적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하나의 풍경으로 드러난다. 본 전시는 그 드러남의 시간을 바라본다.

정찬경(1991-)의 옻칠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칠하고, 기다리고, 다시 덮고, 연마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비로소 하나의 화면에 도달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이전의 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감춰질 뿐이며, 다시 드러날 순간을 기다린다.

옻칠이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시간이 쌓이는 방식을 탐구하며, 정찬경은 그 반복되는 시간을 하나의 회화적 언어로 바라본다. 화면 아래에는 여러 겹의 색이 존재하고, 연마를 통해 다시 드러나는 색과 형상은 지나온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닮아 있다. 작품 속 자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빛으로 남아 화면 안에서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드러난 색은 시간이 남긴 풍경을 보여준다. 그 위에 더해진 금은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의지이자, 삶의 순간들을 더욱 찬란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과 숲, 빛은 자연을 재현하기 위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남겨진 감각이고, 기억이 쌓여 만들어 낸 풍경이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과 순간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안에 머물고 있었다. 《Revelation》은 그 존재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바라본다.

전통 칠예에서 출발한 정찬경의 작업은 옻칠을 공예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한국의 전통 재료를 동시대 회화의 언어로 확장하며, 시간과 기억이 드러나는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간다.

《Revelation》은 결국 묻는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것들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지금도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