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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COMING_물결 사이에 엮인 꿈 | 종위밍
Dreams Woven Among the Waves
Dreams Woven Among the Waves
Hakgojae Artcenter B1F
2026. 9. 15 - 9. 22
회화 안으로 들어선 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발걸음은 서서히 느려진다.
전시장은 무언가를 서둘러 눈앞에 제시하지 않는다. 얇은 천으로 된 장막인 사만(紗幔)
이 가볍게 늘어져 있고, 푸른색은 빛 속에서 천천히 흐른다. 위쪽에 매달린 구조물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추며, 공간에는 걸음을 따라가는 미세한 소리만이 존재한다.
이곳에는 관람 순서가 의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특별히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장소도 없다. 각자는 자신의 리듬에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안쪽으로 계속 걸어 들어가면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거리가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어떤 때에는 한 점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지만, 또 어떤 때에는 화면 안을 헤엄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빛은 사만 위에도 내려앉고 관람자의 몸 위에도 내려앉는다. 캔버스와 재료, 공간은 서로 얽히며, 관람은 더 이상 액자 안에만 머물지 않고, 거듭되는 멈춤과 몸의 전환,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점차 관람자는 자신이 한 점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누군가는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는 공간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또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서 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정해진 관람 방식도 없다. 시간은 조금 느려진 듯하고, 시선 역시 더 이상 서둘러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동안 지나쳤던 미세한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전시장을 떠날 때에도 작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실제로 관람자가 가지고 나가는 것은 어쩌면 어느 하나의 화면이 아니라, 그곳에 잠시 머물렀던 감각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흐르던 빛과 가볍게 흔들리던 사만, 그리고 걸어가는 동안 몸에 남은 기억은 전시장을 떠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후 어느 날,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종위밍
작가 노트
지난 몇 년간의 창작을 되돌아보면, 연구자는 자신이 줄곧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숲과 바다, 하늘은 연구자의 작품 속에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창작 대상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동일한 질문을 향하고 있다. 회화는 자연경관의 재현을 넘어 감정과 기억, 정신적 체험을 담아내는 공간이 될 수 있는가.
처음에 연구자는 자신이 줄곧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를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숲속의 빛과 그림자, 해수면의 색채, 그리고 하늘이 가져다주는 광활함과 고요함을 계속해서 관찰했을 뿐이다. 연구자를 진정으로 이끈 것은 자연 속에서 언어로 정확하게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감각과 감정을 통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이후 연구자가 자신의 창작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자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온 것이 사실은 시의성(詩意性)에 관한 공간적 체험이었다는 점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연구자의 창작은 이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 속에서 점차 자신의 이해를 형성해 온 과정이다. 연구자는 중국 전통회화의 시의적 관념(詩意觀念)을 다시 사유하기 시작했으며, 현대회화의 조형언어를 통해 이러한 정신에 응답하고자 하였다.
연구자에게 시의성은 시구를 이미지로 옮기는 표현도 아니며, 전통적인 형식을 반복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연상을 불러일으키고 감각을 이끌며, 관람자와 작품 사이에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하나의 공간적 상태이다.
이러한 사유와 함께 연구자의 창작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숲 시리즈〉(森林系列)는 이러한 창작의 출발점이었다. 연구자는 나무와 빛과 그림자, 안개와 희미하게 드러나는 인물의 형상을 통해 고요하면서도 함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실과 상상이 화면 속에서 서서히 융합되도록 하고자 하였다.
〈바다 시리즈〉(海洋系列)에 들어선 이후에는 구상적 형상을 점차 줄이고, 파란색을 주요한 시각언어로 사용하였다. 또한 천을 늘어뜨린 장막, 그물 소재, 종이배 등 서로 다른 재료를 작품에 도입함으로써 회화가 매체와 형식의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갖도록 시도하였다.
앞으로 전개할 〈하늘 시리즈〉(天空系列) 역시 공간의 개방성과 정신성에 관한 표현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며, 작품이 더욱 자유롭고 풍부한 층위를 지닌 시각적 체험을 형성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의 창작 과정을 거치며 연구자는 시의성이 어느 하나의 고정된 매체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시의성은 색채와 빛과 그림자, 재료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의 형식 속에 존재할 수도 있다.
각각의 창작은 하나의 새로운 시도이며, 각각의 매체 역시 회화에 대한 연구자의 이해를 지속적으로 확장한다. 앞으로도 연구자는 이러한 탐구를 이어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창작 실천 속에서 시적 공간(詩的空間)의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