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Chitchat #39_2024_32x32cm _acrylic on canvas
Chitchat #40_2024_32x32cm _acrylic on canvas
Chitchat #41_2024_32x32cm _acrylic on canvas
garden #1_2023_72.7x60.7cm _acrylic on canvas
Chitchat #42_2024_45.5x37.8cm_acrylic on canvas
Chitchat #43_2024_53x45.6cm_acrylic on canvas
Chitchat #44_2024_53x45.6cm_acrylic on canvas
Chitchat #45_2024_60.7x60.7cm_acrylic on canvas
UPCOMING_GOODMONING TOWN | Solo Exhibition




2025.5.9 - 5.31 

 

Hakgojae Artcenter

 

 

 

 

 

 

LOST & FOUND: 디깅된 이미지들의 세계



김한들/미술이론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외래교수


굿모닝타운은 박도영이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의 총체이자 일종의 대체 현실로 창조해 낸 하나의 세계관이다. 동시대인은 끊임없이 물건을 사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공허함을 채우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대 소비 사회의 구조 자체가 결핍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드리야르가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1970)에서 지적했듯이 소비는 단순한 욕구 충족이 아니라 기호(sign)의 소비이다. 이러한 소비 사회에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소비의 대상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결국 소비는 완전한 만족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며 끝없는 결핍을 생산하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동시대에 이러한 빈 가슴은 음식, 패션, 취미 등 소비를 드러내며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SNS의 확산과 함께 심화한다. 정체성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며 한번 형성된 정체성도 금방 낡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공허함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박도영의 굿모닝타운은 기존의 SF나 판타지 세계관처럼 고정된 규칙과 스토리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흐름과 관계의 형성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열린 세계관을 구축하며 이 질문을 조형적 언어로 풀어낸다.

박도영 작품 세계는 ‘수다’에서 시작하고, 이는 그의 세계관 핵심 구조인 랜덤성과 비정형성을 형성하는 근간이 된다. 대화와 달리 가볍고 즉흥적인 말들이 오가는 수다는 주제가 계속 바뀔 수도 있고 논리적 구조보다 감정적인 흐름이 때로 더 중요하다. 그의 작품에서 특정한 질서나 물리 법칙 없이 다양한 개체들이 모이고 해체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유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조소를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조형 작업은 전통적인 구조적 안정성을 지양하고 즉흥적인 생성과 해체의 과정 자체를 조형의 원리로 삼는다. 얇은 와이어 구조에 배치된 작은 조각들은 일정한 패턴을 따르지 않으며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선택과 개입을 통해 최종 형태가 결정된다. 즉, 조형물의 형태는 사전에 정해진 구성이 아니라 설치하는 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그의 작품 세계가 정형화된 조형적 규칙에서 벗어나 우연성과 유동성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구축됨을 보여준다. 또한, 뿔이 솟아오르거나 사라지는 듯한 형상은 단순한 형태의 나열이 아니라 조형적 리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조를 강조한다. 각각의 개체는 고정된 관계망이라기 보다 마치 끝없이 새로운 요소가 추가될 수 있는 네트워크처럼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굿모닝타운은 완결된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유입되고 변화하는 유동적이고 확장 가능한 세계로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관 안에서 박도영의 작업은 우리가 모르고 있었거나 모른 척했던 수다의 잠재된 불편함을 드러낸다. 수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대화의 급격한 전환, 감정의 충돌, 그리고 의도치 않은 의미의 변형을 수반하며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박도영은 이러한 요소를 조형적으로 변환하여 맥시멀한 화면과 비정형적인 형상을 통해 불안과 유희가 공존하는 공간을 구축한다. 그의 작품 ≪Chit Chat≫ 시리즈를 보면 겹치지 않는 수많은 형태가 화면을 가득 메우며 과잉된 정보 속에서 점차 복잡한 혼란을 형성한다. 이는 대화의 간극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말들의 압축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또한, 화면 속 캐릭터들은 키치적 유희성과 그로테스크한 불안이 교차하는 조형적 특징을 가진다. 귀엽고 장난기 넘치는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절단된 신체나 다중 팔다리를 가진 괴물 같은 기괴한 형상들이 등장한다. 이는 수다가 소통의 역학 안에서 가지는 유희와 불확실성을 드러내며 그것의 모순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박도영의 작품 세계에 가까이 다가가 요소, 요소를 들여다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 몇 번의 뒷걸음질 치면 그가 이미지를 유통하고 재구성하는 흥미로운 방식이 보인다. 그는 이미지들이 동시대적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지를 탐구한다. 과거 미술 작업은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직접적인 관찰을 기반으로 한 회화와 조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사진이 보편화되면서 레퍼런스를 모으고 변형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작가들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가까운 대상만을 참고하지 않게 되었다. 온라인 환경은 단순히 이미지를 모으는 수단이 아니라 이미지 간의 연결과 흐름을 구축하는 네트워크적 공간이 되었다. 이제 작가들은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엮고 변주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박도영은 단순한 이미지 수집을 넘어, ‘디깅(digging)’을 통해 이미지가 생성되고 이동하며 연결되는 과정 자체를 탐색한다. 디깅은 단순한 검색이 아니라, 이미지가 존재하는 환경 자체를 깊이 탐색하며 예측할 수 없는 발견과 연쇄적인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관심 있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는 이미지까지 포함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형성될 수 있다. 그는 SNS, 이베이,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번개장터, 중고시장 등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그것들을 임의로 분류하기보다는 새로운 연결 속에서 관계를 맺도록 둔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개별 이미지의 차용이 아니라 이미지들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자체를 조형적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