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김경희_24가을#2,#3_Pigment Print on Paper_100x75cm(each)_2025
김경희_개나리와 아보카도_Pigment Print on Paper_62x82cm_2025
김경희_갤러리의 귤나무와 딸기꽃_Pigment Print on Paper_60x80cm(each)_2026
김경희_붉은 식탁_Pigment Print on Paper_80x60cm(each)_2025
김경희_붉은 튤립과 오렌지_Pigment Print on Paper_48x36cm_2025
김경희_장미와 호박_Pigment Print on Paper_48x36cm_2025
김경희_커피 드립퍼_Pigment Print on Paper_140x187cm_2026
UPCOMING_김경희 | Lying Lying Table

 

 

 

 

 

 





Hakgojae Artcenter B2F  


2026. 10. 13 - 10. 24






 

 

누워서 거짓말하는 이미지 앞에서 / 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처음에는 보자마자 당연히 그림이라 생각한다. 색면의 배치가 그렇고, 정물의 구도가 그렇다. 일견 세잔의 회화 작품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천천히 좀 더 바라보면 사과나 와인병, 시계 등의 사물의 질감과 디테일 면에서 분명히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과 사진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 앞에서 시각적인 혼란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림일까, 아니면 사진일까. 

(...) 보는 이의 눈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시점이다. 이미지를 바라볼수록 옆에서 본 것인지, 아니면 위에서 본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 사과 또한 위에서 본 모습과 정면에서 본 모습 뒤섞여 있고, 바닥 위에 얌전히 놓인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바닥으로 쏟아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 눈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바라본 것일까. 왜 이렇게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 사진을 바라볼 때도 멀리 있는 것은 작고 흐리게 보이고 가까운 것은 크고 선명하게 보여야(대기 원근법)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한 거리의 도로와 건물 등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구도(투시 원근법)를 사실적이라 여긴다. 이에 반해 은 멀고 가까움을 구분할 수 없이 화면 전체가 선명하고, 그 안의 사물들은 단일한 시점 안에서 질서를 이루기보다는 여러 시점이 뒤죽박죽 섞인 채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화면 속의 모든 요소들을 바닥에 나열하고, 이를 부감으로 촬영했다. 와인병이나 잔에 담긴 액체들은 젤라틴과 레진으로 응고시켜 바닥에 눕힌 상태에도 흐르지 않게 했고, 사물이 바닥에 붙으면 생길 수 없는 그림자는 망사를 활용해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여러 장 촬영해 초점이 맞는 부분만을 조합하는 포커스 스태킹 기법을 구사해 입체감과 깊이감을 제거해 극도로 납작한 화면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가의 행위와 작업 과정은 결국 모두가 당연시하는 원근법적인 재현 방식과 시각체계를 파괴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은 우리에게 익숙한 원근법적인 바라보기를 철저하게 배반한다. 화면의 모든 요소들이 보는 이에게 착시를 일으키는 이미지 앞에서 원근법 체계는 맥없이 무너지고, 그렇게 손쉽게 속고 마는 인간의 눈은 무력할 뿐이다. 

‘누워서(Lying) 거짓말하는(Lying) 테이블’은 이 작업의 프로세스와 시각적 속임수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동시에 원근법과 인간 시각의 취약성을 폭로하는 제목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이를 곱씹을수록 과연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착시를 일으키는 이 이미지들일까, 아니면 세상의 완벽함과 인간 시야의 완전함을 허황된 약속을 하는 원근법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면 납작한 2차원의 평면 캔버스에 3차원의 현실적인 입체감과 깊이감을 재현하며, 이를 위해 환영을 일으키는 원근법이야말로 우리를 오랫동안 속여 온 거대한 거짓말이 아닐까. 

(...) 이러한 의문을 촉발하는 김경희의 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습과 인식을 원점에서 되돌아보게 한다. 뻔히 바라보면서도 속고 또 속고, 그러면서도 또다시 바라보기를 제안하는 작가의 시각 게임에 기꺼이 동참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업 노트 / 김경희



제목에서의 ‘Lying Lying’은 사물들이 바닥에 누워서(Lying) 거짓말(Lying)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사물들은 그저 놓인 그대로 있을 뿐이고, 착각을 하는 것은 익숙한 경험에 의존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 혹은 원근법적 세계관에 길들여진 우리의 뇌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미지를 본다. 하루에도 수없이 찍는 핸드폰 사진, SNS에 올라오는 사진, TV의 영상, 잡지나 옥외 광고판의 이미지 등 대부분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기록된 것이다. 이렇게 고정된 단일 시점에서 바라본 이미지는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사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어땠을까? 지금의 우리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까?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테이블이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사진을 보고 이상한 테이블이라고 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한자리에서 외눈으로 찰나의 시간 동안 세계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위에서, 옆에서, 가까이서, 멀리서 사물과 세계를 본다. 

은 사물들을 바닥에 눕혀두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한 정물 사진이다. 작업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먼저 바닥에 종이와 천을 잘라서 깔아 테이블, 벽, 바닥 그리고 하늘 같은 배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위에 병, 그릇, 음식, 꽃 등 일상의 사물들을 위에서 보거나 옆에서 본 시점으로 배치한다. 카메라는 바닥을 향해 직각으로 고정해 두고, 연결된 PC 화면을 보면서 사물들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촬영한다. 이러한 실제 공간에서의 물리적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착시를 일으킨다. 응고된 액체가 담긴 병은 누워있지만 서 있는 것처럼 보이고, 사물의 아래에 배치한 망사 천은 그림자처럼 기능하며, 연결된 가지와 잎은 하나의 개체로 인식된다. 나는 이런 착시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원근법적 질서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그 고정된 환영을 깨뜨리고자 하였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본 사물들을 한 화면에 병치해, 비스듬히 본 테이블 위에 옆면이 드러난 병과 위에서 내려다본 접시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회화라면 이상할게 없겠지만. 현실을 재현하는 사진이라는 믿음에서 본다면 이상한 테이블 사진일 것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나 스스로도 ‘본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익숙한 시각적 규칙이 무너진 자리에서 비로소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많은 전제와 관습 위에 서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을 통해 일상의 시각적 습관을 흔들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보기의 방식’을 잠시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멈춤의 순간,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얼마나 유연할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싶었다.

 

 






 

김경희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  
2021년 첫 개인전 <쁘티 레퍼토리(Petit Repertory)>를 시작으로 <쇠락 속에서(In Dilapidation)> 2022, <사람의 나무(Tree of Men)> 2023 그리고 <종이 날개(Paper Wing)> 2023로 4회의 개인전을 하였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22년 개인전과 동명의 사진집 『쇠락 속에서(In Dilapidation)』를 출간하였다. 
일상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 특히 소멸하는 대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2025년부터 일상의 사물을 바닥에 배치하고 부감으로 촬영하는 정물 사진 작업인 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본다”는 행위에 대한 질문과 함께 사진 매체의 특수성 안에서 심리적 지각현상과 다시점을 적용한 이미지를 탐구하고 있다.